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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동아일보 2008년 3월 24일 "‘쉼박물관’ 연 박기옥 씨"

《고급 주택이 많은 서울 종로구 홍지마을에서 ‘쉼박물관’은 독특한 공간이다. 평범한 주부인 박기옥(73) 씨가 지난해 10월 집을 개조해서 만든 점이 그렇다. 내용도 특이하다. 40여 년간 간직한 상여, 상여 장식, 요여 등 전통 장례용품 1000여 점을 보여준다. 안방에는 박 씨의 침대 대신 상여를 놓았다. 옷방, 식당, 응접실에는 상여 장식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화장실에는 상여 장식을 심청전, 도깨비방망이, 오성과 한음 등 전통 이야기에 맞춰 배열하고 이야기 테마관을 만들었다.》

박 씨는 “남편, 시어머니 등 지인들이 죽은 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전통 장례용품을 통해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상여의 색에 매료

박 씨는 어릴 때부터 옛 물건에 관심이 많았고 골동품 수집을 좋아했다. 논이나 밭, 산에 방치된 도자기를 보면 지나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사학을 전공했다. 결혼한 뒤에는 골동품 수집상이 밀집한 인사동 황학동 신촌을 자주 오갔다.


“젊을 때부터 유일한 취미가 골동품 수집인데 4남매를 키우는 주부였고 값이 비싸 쉽게 모으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골동품 상점에 쌓인 상여와 상여 장식을 우연히 발견했고 소박한 색감에 흠뻑 매료됐죠. 아주 서민적이지만 피카소의 그림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수집품이 늘자 박 씨는 일반에게 공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과 가족은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10여 년을 더 기다렸다.

시어머니와 어머니에 이어 남편이 2005년 10월 세상을 뜨면서 ‘죽음’의 의미와 직접 맞닥뜨렸다.

“죽음을 직접 접하니 영원히 죽는 게 아니었어요. 일종의 쉬는 것, 자는 것이더군요. 죽음은 분명 슬프지만 장례가 지나치게 어두워요. 전통 장례는 죽음의 의미를 다르게 봤고 장엄하고 엄숙하지만 화려하고 기쁘기까지 했죠. 박물관 이름도 ‘쉼’으로 정했습니다.”

박물관 설립을 반대하던 자녀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후원자가 돼 프랑스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막내딸은 소장품 배치를 도왔다. 가정집을 박물관으로 바꾸는 인테리어는 박 씨가 직접 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기 집을 작은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솔직히 내 집보다 넓지 않은데 방문객은 많았습니다. 저도 자신감을 가졌죠.”

○ “장례문화 학술행사도 열 것”

쉼박물관 내부는 음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 용, 봉황, 도깨비를 형상한 상여 장식은 조명을 받아 화려한 색감을 드러냈다.

목각 조형물은 삶과 죽음에 대한 조상의 철학과 해학, 순수성과 예술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층 상설전시실에는 망자의 시신을 운반하는 상여와 망자의 영혼을 운반하는 요여를 전시한다.

상여 앞뒤에 달아 잡귀를 쫓는 용수판(龍首板)과 다양한 목각 인형도 볼 수 있다. 2층은 용, 봉황, 도깨비 등 동물 형상의 상여 장식 전시실이다.

1, 2층에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 사용한 상여, 요여, 상여 장식 등 1000여 점과 고가구 20점, 전통 촛대 25점, 도자기 등 1082점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지하 특별실은 국내외 미술 작품이 전시된 소규모 갤러리.

올해 초에는 ‘조선시대 상례문화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은순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이 조선시대의 장례 절차와 분묘, 묘비, 상여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박 씨는 “전통 장례문화를 알리기 위해 해외 갤러리에 전시품을 빌려주기도 한다. 전시 이외에도 학술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80324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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