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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동아일보 2008-10-14
link 1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10140065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 서울 3곳서 개인전



그저 하늘만 보는데

마음엔 성찰의 빛이…

천장의 작은 창 통해 보는 하늘

실내 빛과 어울려 오묘한 변화

내면을 들여다보라 말하는 듯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해질 무렵 하늘이 깜깜해질 때까지 한 시간 넘게 묵묵히 바라보는 일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그것도 좁은 실내에서 고개를 젖힌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에서 감동을 받는다는 말이. 그런데 정말 그랬다. 직육면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빙 둘러 나무의자가 있고 천장은 사각형으로 뚫려 있다. 네모난 천장으로 구름 낀 파란 하늘이 얼굴을 비치는가 싶더니 해가 서서히 기울어감에 따라 느릿느릿 옅은 회색으로, 코발트블루, 검정으로 바뀌어 갔다. 실내의 빛과 어우러지며 오묘한 색채로 살아 움직이는 하늘을 지켜보는 시간은 마법처럼 흘러갔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차츰 자기 내면의 세계로 빠져든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번잡한 삶에서 마음의 쉼표를 찍는 순간, 오직 나와 소통하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빛의 예술가’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65·사진)의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가 서울에 왔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 나오시마(直島) 섬의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과 같은 시리즈다. 대자연을 예술로 끌어들인 이 작품은 12월 18일까지 서울 오룸갤러리(02-518-6861)와 토탈미술관(02-379-3994), 쉼박물관(02-396-9277)에서 열리는 터렐의 국내 첫 개인전에 소개된 30여 점 중 하나. 2011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릴 회고전을 앞두고 초기 홀로그램 작업부터 현재 진행 중인 로든 크레이터의 모형까지 선보였다.

말 그대로 하늘과 공간이 어우러진 스카이스페이스는 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야간 관람은 예약제) 이 작품을 위해 따로 건물을 지었다. 전시 개막을 위해 내한한 작가는 9일 저녁 작품 속에 녹아든 한국의 일몰을 지켜보았다. 온전히 하늘과 공간을 느끼기 위해 침묵을 부탁하는 작가.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정적 속에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던 26명의 관객은 해가 떨어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는 작가에게 긴 박수를 보냈다. ‘작품감상’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녹아드는 특별한 체험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비어있으되 충만한 공간. 그 안에서 빚어지는 빛, 색채, 공간의 삼중주는 사람들 마음속 감성을 깊숙이 건드렸다.

터렐은 빛을 창조적 매체로 다루는 작가다. 퀘이커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개인의 내적 체험과 영적 측면을 중시한다. 작가의 의도대로 자기 안에 집중하는 시간을 얻고 싶다면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토탈미술관의 ‘비스비 그린(Bisbee Green)’을 보려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벽을 더듬더듬 짚으며 들어가면 빛이 스며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0분쯤 지나 어둠이 눈에 익을 때 빛을 향해 다가서지만 그 깊이는 가늠하기 힘들다. 지하에 설치된 ‘웨지워크’에서도 한없이 뻗어나간 듯한 미지의 공간과 접하게 된다. 두려움과 숭고미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오룸갤러리에 나온 ‘톨 글라스(Tallglass)’의 경우 미세한 빛이 변하며 그려내는 추상적 그림을 다 보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작가는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말라고 한다. 작품을 몸으로 느끼는 동안 우리들 마음속의 빛을 들여다보라고 권할 뿐이다.

작가는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하늘에 관심이 많았고 비행을 즐겼다. 하늘을 날면서 빛과 대기, 천체와 친숙해진 그는 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공간과 드넓은 우주와의 소통을 탐색해왔다. 대표적 작업이 로든 크레이터 프로젝트. 1979년 미국 애리조나 주 사화산의 분화구를 사들인 뒤 우주에 있는 느낌으로 천체 궤도와 빛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땅 밑에 공간과 통로를 만드는 거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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