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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조선닷컴 2008-10-11
link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11/2008101100008.html

"순수한 빛 그 자체를 폭로하고 싶어"
세계적 미디어아트 작가 터렐 인터뷰
"예술의 역사는 항상 빛과 연관"

▲ 제임스 터렐은 1961년 겨울을 서울에서 보냈 다. 라오스에서 의료봉사요원으로 복무하다 중 상을 입고 서울에 후송됐기 때문이다. 부인은 한국인이다. 김수혜 기자복도는 캄캄하다. 손끝도 발밑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안내자가 "이쪽"이라고 속삭인다. 벽을 짚고 따라가면 묽은 주황색 빛이 허공에 번진다. 걸상에 앉아 물끄러미 그 빛을 응시한다. 이윽고 엷은 초록색 직사각형이 눈앞의 허공에 떠오른 순간, 다가가서 그 표면에 살며시 손을 뻗어본다. 순간 관람객은 흠칫 놀란다. 뻗은 손이 직사각형 표면에 닿는 대신 허공으로 쑥 빠진다.

그곳은 면(面)이 아니라 창(窓)이다. 그 너머엔 발광성 안료를 칠한 커다란 구멍이 심연처럼 뻥 뚫려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제임스 터렐(Turrell·65)이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 〈비즈비, 초록, 2001〉 앞에서 관람객은 낯선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당신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변해가는 것은 당신을 둘러싼 세계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 제임스 터렐의 설치작품〈조그만 동네〉. 네모 너머는 커다란 심연이다. 그는“빛은 사물을 비추지만, 우리는 도처에서 빛을 보면서도 정작 빛 그 자 체에는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룸갤러리 제공
'미디어아트로 시(詩)를 쓴다'는 평을 듣는 터렐은 이곳을 포함, 홍지동 쉼박물관, 청담동 오룸갤러리 등 3곳에서 12월 18일까지 작품 31점을 전시 중이다. 그는 평생 '빛'을 소재로 작업했다. 그는 간결한 구도를 사용한다. 〈론도, 블루, 1969〉는 커다란 벽면 전체가 강렬한 빛을 발하게 한 뒤, 바로 앞에 벽면보다 조금 작은 직사각형 판을 세워서 빛을 가렸다. 그 때문에 직사각형 판의 네 방향 가장자리로 뿜어져 나오는 빛 줄기가 한층 환하고 선명하다.

터렐은 퀘이커 교도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의 빛을 가지고 있으며, 사제의 중개 없이도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베르메르, 렘브란트, 터너, 그리고 모든 인상파 화가들…. 예술의 역사는 항상 빛과 연관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물감으로 빛을 그리던 옛 화가들과 달리 그는 전기의 힘을 빌려 빛 그 자체를 작품에 사용한다. "나는 관람객 눈앞에 '순수한 빛 그 자체'를 폭로하고자 합니다."

그는 1979년 애리조나주(州) 사막 복판에 있는 지름 3.2km짜리 분화구를 샀다. 이후 30년째 터렐은 이 분화구 속에 수많은 방과 터널을 만들어가며 빛과 하늘과 우주를 담은 거대한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로덴 분화구〉는 2011년 대중 앞에 공개될 예정이다. 평생을 쏟아 부은 작품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해에 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터렐은 "내 예술의 소임은 관람객에게 피안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는 정원사와 비슷하다. 정원사가 아름다운 뜰을 가꾸면,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자연과 세상과 인생에 대해 명상한다. 그래서 터렐은 "정원사가 사제보다 더 종교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토탈미술관 (02)379-3994, 쉼박물관 (02)396-9277, 오룸갤러리 (02)518-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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