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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죽음' 테마 박물관 설립, 삶의 의미 다시 생각하게 한다"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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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열전] 박기옥 쉼박물관 고문


    


“‘죽음’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죽고 산다’는 말이 있다. 죽음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 바르게 바라볼 때 우리의 생활은 보다 윤택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죽음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위치한 쉼박물관이 그곳이다. 이 박물관에서는 실제 사용됐던 상여와 요여(장례식 과정에서 사용하는 혼백과 신주를 모신 작은 가마)를 비롯, 상여에 부착되는 각종 목조형물, 전통 장례 방법을 담은 <상례비요> 등 다양한 물품을 전시하고 있다.

박기옥 쉼박물관 고문(72)은 젊은 시절부터 전국 각지를 다니며 유물로 보관되거나 사용되던 다양한 작품을 모아온 것을 이곳에 풀어놨다. 그는 이 전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전통 장례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고찰과 삶에 대한 반성 및 활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통가구에서 전통장례로 빠져들다

그는 처음부터 장례식과 죽음을 주제로 한 박물관을 열 생각은 없었다. 젊은 시절부터 전통문화에 관심이 높던 그는 관련 공예품을 계속 수집해 나갔다. 전국의 고물상을 들락거리면서 처음에는 전통가구를 주로 모았다.

그러다가 외견상 섬세하고 다양한 모습을 띠는 목조형물에 빠지게 됐다. 비롯 상여에 부착하는 것으로, 목공소에서 제작하는 간단한 조각품이지만 우리의 인생사를 모두 담고 있는 조형물인 듯했다. 해학적 모습까지 볼 땐 우리 특유의 낙천적 아름다움도 느꼈다. “일선 고물상에서 새로운 목조형물을 입수할 때마다 나에게 연락할 정도였다.”

그는 이 목조형물의 수집에만 그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폭이 넓혀졌다. 비록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와 연관된 조형물이지만, 상여ㆍ요여를 비롯해 각종 장식기법과 장례방식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장례 관련 조각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들 조형물에 대해 깊이 있는 전문가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느꼈다. 누군가는 이 같은 우리 고유의 장례문화와 조각에 대해 기록하고 후대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마저 들었다.”

결국 그렇게 모은 장례 관련 조각품ㆍ장식품들이 모두 1082점에 달하게 됐다. 목공예품인 상여ㆍ요여와 함께 상여장식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관련 촛대와 가구류, 도자기와 석조유물 등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가 죽음 관련 박물관을 개관한 데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도 깊이 녹아 있다. 그가 수집하던, 어쩌면 유난스럽다고 할 수 있는 목조형물을 매우 아꼈던 선부(先夫)를 기리고 싶은 마음을 전시를 빌려 나타내고 있다고 할까.

“건강하던 남편이 갑작스레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박물관을 설립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남편을 잃은 슬픔에 대해 그간 모은 목조형물이 답을 주기도 했고…. 이 또한 쉼박물관을 열게 된 이유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이라면, 그것을 ‘편안한 쉼’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까지 이르게 된 거다.”

 

우리네 장례문화에서 선조의 얼을 찾아

쉼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다. 1층과 2층 및 지하공간을 박물관 및 전시공간으로 바꿔놓았다. 1층 전시실은 망자를 운반하는 상여, 혼백을 운반하는 요여, 잊혀져 가는 옛이야기를 교육적으로 역은 테마관으로 꾸며져 있다. 상여의 보개 앞뒤를 장식했던 용수판 등을 통해 상례문화를 전반적으로 알 수 있게 한 상설전시실이다. 2층 전시실은 용ㆍ봉황ㆍ도깨비 등 동물 형상의 날것 전시실이다. 지하특별실은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그녀는 이 가운데 목조형물에 애정이 많다.

“상여에 부착하는 목조형물은 죽음에 대한 그 시대의 해석을 담고 있다. 뱀의 형상을 통해 후손의 다산을 염원하기도 하고, 봉황을 통해 부부간의 영원한 애정을, 까마귀를 통해 가정의 화합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죽음까지 해학적으로 표현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목조형물은 그 가치가 높다고 본다.”

이 박물관에는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온, 장례식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상례비요>란 책자도 있다. 일선 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그는 우리의 국장(國葬)을 비롯한 장례문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최근 국장을 보면 서양식을 일부 따라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양복 차림새의 인파에 검은 운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전통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는 프랑스 외신기자가 우리의 국장을 보고 “이 장례는 전혀 한국적이지 않고, 대표성이 없다. 전통문화가 뛰어난 한국이 왜 이렇게 이상하게 서양의 모습을 따라하는가”라는 지적을 지인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다.

“목조형물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쉼박물관까지 열게 됐지만, 이젠 우리 전통 장례문화를 보전하는 데도 일조하고 싶다. 죽음이 무거운 주제란 이유 때문에 다양한 선조의 얼이 담긴 장례문화를 일순간에 잃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본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연계한 작품 전시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2008년 10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을 초청한 것은 그 첫 단추였다. 쉼박물관의 열린 공연서 터렐은 환상적 조명예술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찬탄을 자아낸 바 있다.

글=박우병기자 mjver@ 사진=쉼박물관 제공

    
상여는 망자를 장지까지 운반하는 도구다. 망자가 이승에서 마지막 타는 가마로서, 살아있는 동안 누리지 못했던 행복과 기쁨을 꽃ㆍ용ㆍ도깨비로 장식해 마지막 가는 길에 누리도록 했다. 왼쪽 사진의 상여는 그 화려한 장식을 볼 때 상위 계층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부는 집의 형태를 본떠 만들었고, 연꽃ㆍ봉황ㆍ쌍룡ㆍ동방삭 등의 외부 장식은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장치다. 죽음을 운반하는 도구인데 반해 화려하고 익살스런 표현까지 녹아 있다. 옛 조상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이별을 맞이했는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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